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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언어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 맹재범 ‘여기 있다

by 행복 공장장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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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트렌드가 궁금할 땐 신춘문예 와 그 밖에 문예지들의 최신 수상작들을 읽어야 합니다.책과 글이 인간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창작의 영역이긴 하나 지금 현실을 견디며 사는 삶과 맣다아 공감과 소통에 이르지 못한다면 글쓰기와 책읽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와 반면에 성공과 자아실현, 자본주의 질서속에 충실한 마케팅식 글쓰기, 소위 계발과 개발의 상품에 충실한 글쓰기는 수많은 공감과 소통에 충실한 나머지 데이터로 고스란히 쌓여 최신문명의 최강자로 군림할지 모르는 Al에 귀속되고 있으니, 지금의 선택이 미래인간 삶에 오류로 귀착될지 새로운 가능성과 창작의 문이 열릴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그래서, 2024년 신춘문예 시집 올려진 시 들을 나름 소개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여기 있다’ 의 시 로 경향신문을 통해 허들을 넘은 맹재범 시인의 시 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심사위원의 평에 따르면 ‘ 삶의 고단함 속에서 밖으로 내몰린 인간의 삶,  그 존재의 심연을 잘 노래한 시 로 평하고 있습니다.



2023년의 시 언어와 문학적 기호가 기후위기와 포스트휴먼의 감각을 드러내는 시 의 언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면, 반년이 지금은 삶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시 들, 전세사기,택배노동. 청년문제등 현실의 고단함이 시의 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한 시의 경향성이 가장 명확해 보이는 시인이 명재범 시인라는 것을 그의 시 를 읽어보면 알게 됩니다.
            
          ’여기 있다’

접시와 접시 사이에 있다.
식사와 잔잔 사이에 있다
뒤꿈치와 바닥사이에도 있는  

나는 투명인간이다
앞치마와 고무장갑이  허공에서 움직이고
접시가 차곡차곡 쌓인다
물기를 털고 앞치마를 벗어두면 나는 사라진다.
앞치마만 의자에 기대 앉는다

나는 팔도 다리도 사라지고 빗방울처럼 볼록해진다
빗방울이 교회 첨탑을 지나는 순간 십자가가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쪼그라든다
오늘 당신의 잔고가 두둑해 보인다면 그 사이에
내가  있다는 것, 착각이다
착각이  나를 지운다.

빗방울이 바닥에 부딪혀 거리의 색을 바꿔놓을 때까지 사람들은 비가 오는지도 모른다
사무실 창문 밖 거리는 푸르고 흰 얼굴의 사람들은 푸르름과 잘 어울린다 불을 끄면 사라질지도
모르면서

오늘 유난히 창문이 투명한 것 같아

커다란 고층빌딩 유리창에 맺혀 있다가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있다.

나는 도마였고 지게차였고 택배상자였다.
투명해서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무엇이 없다면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밖으로 내몰린 투명인간들이
어디에나 있다 사람들은 분주히 주변을 지나친다.
나를 통과하다 넘어져 뒤를 돌아보곤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투명해서 당신의 눈빛을 되돌려 줄 수 없지만
덜컥 적시며 쏟아지는 것이 있다

간판과 자동차와 책상과 당신의 어깨까지
모든 것을 적실만큼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2024 년 우리는 투명인간이 된 인간의 언어를
알아 듣고,쓰고, 읽을 수 있는가를  다시 물어 보게 됩니다. 글과 정보로 세상과 소통하는 삶에서도 그 투명인간의 목소리와 삶을 잘 읽어내는 삶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시대와 세상과 인간다운 삶에  늘 맣다아 있는 사람이기를 소박하게 꿈꾸는 하루 입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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