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기형도는‘잎속의 검은 잎’으로 안개 가득한 세상속 부조리에 대한 인식을 각인 시켰다. 그의 시 는 슬펐으나 격정이 넘쳐났고,죽음을 지독하게 인식했으나 부활을 도모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줄 만큼 쉽게 읽혔다. 부조리한 현실 밖에는 진리로 안개를 걷어낸 청춘의 정신이 있었고, 치열한 문학적 욕망으로 가난해진 시대와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열망 가득한 시적 미학이 한 가득 있었다. 그 낮은 목소리의 시적 미학은 내 청춘을 견인해 주었고, 그가 영원한 시간으로 떠난 후에도
그 문학적 여운들은 내 생의 정신적 가난을 풍요롭게 채워 주었다.
이제 영원한 시간들을 정직하게 마주해야 할 나이가 되어 그의 시와 산문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의 미완성의 삶과 시들은 영원한 시간속에서 인간으로 풍요롭게 써낼 그 푸른잉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해준다. 하여, 그의 미완성의 시‘ 내인생의 중세’를 다시 떠올려 본다.
기형도의 미완성의 시
‘ 내인의 중세’
이제는 그대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지요
너무 오래되어 어스프레한 이야기
미류나무 숲을 통과하면 새벽은
맑은 연못에 몇 방울은 푸른 잉크를 떨어뜨리고
들판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나그네가 있었지요
생각이 많은 별들만 남아 있는 공중으로
올라가고 나무들은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내 느린 걸음때문에 몇번이나 앞서가다 돌아오던
착한 개들의 머리를 쓰다담으며
나는 나그네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지요
미류나무 통과한 새벽
푸른연못 속 떨어진 푸른잉크..
들판에서 기다리는 나그네, 생각많은 별
기형도의 미완성의 시 ‘ 내 인생의 중세’ 는 그렇게 인생의 삼분이쯤을 살아낸 내 인생에 돌고 돌아서 다시 찾아아 들판의 나그네 처럼 생각 많은 별처럼
나머지 인생을 써 내려갈 푸른잉크를 남겨주고 떠나 간듯 합니다.
젊은 날 만났던 기형도의 시들이 그러 했듯이
그의 신문들도 내 삶과 인생을 다시 살만한 것으로 풍요롭게ㅜ할 불을 지펴주고 있습니다. 문학이라는 구원의 불..!! 그래서 오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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