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드러진 가을 달밤에 취하고 싶을 때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어보자, 9월말에서 10월초 메밀 꽃 밭은 그야말로 하얀 눈송이 모양,소금 밭 모양으로 달빛을 배경으로 그 멋과 자태를 뽑낼 시기이다.
추석 저녁, 우리는 둥그러진 보름달 바라며 소원을 빌기도 하지만, 한 때의 사랑과 추억을 떠올릴 만큼의 영혼의 창도 키워낼수 있으리라,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은 강원도 일대에 열렸던 오일 장인 봉평 장에서 대화 장으로 이동하는 80리길 여정중에 벌어진 장돌뱅이들의 일상과 한 날밤의 사랑과 그리운 엄마에 대한 추억이 담긴 이야기를 매혹적인 글 맛으로 버무려 내고 있다. 허생원,조선달, 그리고 나이어린 동이,허생원은 나이에 장돌뱅이 된 동이가 마음에 거슬린다.
허생원은 달빛에 취해 봉평에서 한 날밤 사랑을 나눈 제천출신의 여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한다. 어린 동이는 산달을 다 채우지 못한 자신을 잉태하고 제천집에서 쫓겨난 엄마에 그리움을 쓸쓸하게 고백한다.
한 날밤의 사랑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과 달빛에 취한 허생원은 강물에 빠지고 만다. 강물에 빠진 허생원을 건져 등에 업혀 낸 동이,허생원,동이 둘은 모두 왼손잡이 이다.동이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발견한 허생원은 제천 출신 여인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허생원은 동이에게 대화 장이 끝나는 데로 제천으로 함께 동행 할 것을 제안한다.강물에 빠진 허생원을 나귀에 올려 태워 달빛이 하얗게 흐드러진 메밀 꽃 밭 사이를 방울소리 울라는 나귀를 타고 가는 두 왼손잡이가 걸어가는 장면으로 소설의 결말을 짓고 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 들리며,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 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한 달 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 날의 사랑이 영원한 그리움이 되고 그 그리움은 불행한 운명을 감싸는 영원한 사랑이 되는 운명의 그림을 멋드러진 글 맛으로 써낸 ‘메밀 꽃 필 무렵’
추석 아쉬움을 달래는 달밤에 소원을 빌며 읽어 보기에 참 좋은 소설이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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