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창고

시대의 질병을 진단하는 키워드 찾기 - 서사의 위기

by 행복 공장장 2023. 11. 18.
반응형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바쁘게 변화하는 세상의 시간들 속에서 다급하게 쫓기던 마음을 정리하고자 서점에 들러 책들의 풍경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삶과 생각의 고난의 시간을 빠져나온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들은 단정하게  정리된 채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욕망을 벗 삼아  어그로로 일삼는 책도 있고 , 세상의 아픔과 고통에 위로의 말들을 던지는 책들도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한병철 교수의 '서사의 위기'가 나의 발길과 눈길을 잡아 둡니다. 결국, 인간사를 관통한 묵직한 철학을 작은 책으로 담아, 스마트해진 세상에 파장을 일으키려고 하는 한병철 교수의 책을 집어 들고 나옵니다. 거리에는 여전히 스마트 폰을 들고 어디론가 정신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의 풍경들로 분주합니다. 찬란하고 슬펐던 한 해 를 요약이라도 해 주듯 , 도로 위를 장식한 낙엽들의 풍경이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아름다움으로 마음의 쓸쓸함을 부채질합니다. 오늘은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을 '서사의 위기'를 읽어 가며 정리해 봅니다. 봄을 기다리는 긴 겨울을 준비하며, 철학의 사다리를 올라타고 가서 한병철 교수님이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분의 철학을 생각의 한켠에 담아 봅니다. 

1. 시대의 질병을 진단하는 키워드 '피로사회'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질병이 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피로사회'는 2010년에 출판되고 2012년에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어 전 세계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책입니다. 시대의 뇌관을 건드렸다는 평을 받으며 시대의 질병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놓은 철학가와  문화비평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 책입니다. 한병철 교수에게 현시대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계가  성과사회, 긍정성 과잉의 사회라는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였고 , 성과와 긍정성 과잉사회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착취적 노동의 삶을 살게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착취적 노동의 삶은 인간에게 소진 증후군, 우울증, 주의력결핍행동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피로사회에서 한병철 교수는 자기 착취적 노동의 삶을 살게 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세계와 정보 과잉성의 사회를 비판하며 선 그 대안으로 '깊은 심심함'이라는  대안의 삶을 제시합니다. 인간다운 삶 전체를 망가지게 하는 자기 착취적 노동의 삶으로 벗어나, 사색과 철학이 가능하도록 정보 과잉, 성과 과잉, 긍정성 과잉의 사회로 부터 거리를 두는 삶을 살 것을 제시합니다.

2. 스마트한 지배의 탈출구  내면의 서사완성을 위한 키워드  '서사의 위기'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세계에서 생존하는 삶이 ' 자기 착취적 노동'에 몰리는 삶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허무와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해 준 책 '피로사회'이후 한병철 교수는 '서사의 위기'라는 책을  10년 만에 출간함으로 우리 시대의 질병과 해결책을 찾는 키워드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합니다. '서사의 위기'에서는 우리시대의 질병을 ' 의미 상실과 무한대의 허무와 불안감, 삶에 대한  방향 상실 등'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 질병의 원인에  정보사회의 '스마트한 지배'가 있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등에 없고 인간의 삶을 스마트한 지배의 삶으로 예속시키고 있는 것이 한병철 교수의 진단입니다. 스마트한 지배는 인간으로 하여금 뉴스라는 정보로 포장된 이슈와 스토리들을 쫓느냐 자신의 존재마저 정보로 둔감시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공유하고, 게시하고, 좋아요 가 강요된 삶을 살게 되지만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무함에 점철되는 삶을 살게 합니다. 이러한 삶은 생존이 아닌, 아닌 연약하고 적나라하며  비루한 삶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병철교수의 진단입니다. 이러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진 지혜와 경험과 시간과 역사의 아우라가 구성된 인간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 서사를 만들어 가는 삶을 살 것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세상이 주는 자극과 충동을 주는 정보들에 간극을 두고  반응 하거나 저항함으로  사유의 시간을 만들어 내면의 철학과 서사를 구성하고 만들어감으로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공유하고 전승하는 이야기 공동체를 만들어 갑니다. 그와 반면에 스마트한 지배 속에 인간을 예속하려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정보라는 스토리 중독을 통하여 인간으로 하여 금 정보 최신성을 향한 업데이트 증후군, 스토리 셀링이라는 새로운 소비지향이고 편향적 삶에 매몰되게 하는  지배 방식으로 인간을 극단적 허무와 공허감으로 내몰아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합니다. 위기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삶과 대안 찾게 합니다. 한병철 교수의 ' 서사의 위기'  는 스마트한 지배에 예속되지 않는 삶을 위한 처방전을 찾아가는 키워드들로 가득한 책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진정한 이야기를 만들어 경험과 지혜, 그를 통하여 축적된 지식들을 통하여 아름다운 공동체를 연결하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내면의 꿈과 공동체의 꿈, 인류와 역사가 지닌 꿈들의 새로운 이야 와 역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서사를 가진 인간의 삶입니다. 한병철 교수의 '서사의 위기'에는 인간의 내면의 서사를 만들어 가고 완성할 수 있는 지혜와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 통찰 들이 가득한 책입니다. 철학의 묵직한 텍스트와 통찰을 나의 삶으로 만들기 위한 소중한 책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야기와 삶은 그렇게 방향성을 갖습니다.

한병철 교수의 철학을 이해하고 삶으로 담으려고 하다 보니 , 책을 여러 번 반복하여 읽게 됩니다. 삶을 가치 있게 하고 생각과 글 쓰는 일을 더 세삼하게 다듬는 도구가 된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은  좋은 삶과 글쓰기를 향한 길을 안내해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한병철 교수를 통하여 철학과 신학이 일상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방향을 어떤 방식으로 제시하고 통찰력과 지혜와 지식을 얻게 하는지 알게 됩니다. 짧고 묵직한 책을 반복적으로 읽다 보니, 삶의 시간도 많이 흘렀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자연의 소리가 분주합니다. 한 해의 지혜를 오색의 경험과 지식으로 모아  유연해진 가을이 겨울로 연결되는 가볍고 투명한 흰색의 눈발을 날려 됩니다. 긴 겨울로 행하는 숲과 유약해 보이는 생명들은 봄의 희망을 준비하는 침묵으로 사색이 담긴 시간을 허락해 줍니다.  이야기와 삶은 그렇게 방향성을 갖습니다. 

 

반응형